제2의 리틀 포레스트, 예천

[수완뉴스=임윤아 칼럼리스트] 제14회 서하(西河) 전국백일장이 경북 예천에서 진행되었다. 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백일장 결과를 떠나 예천이란 도시가 얼마나 매력적인 곳인지 알게 되었다. 80년대, 90년대의 정취가 담겨있다. 옛 모습이 그대로 잘 유지된 곳에서 한 개인이 추구하는 미학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.

예천은 각종 주택, 길거리, 나무, 이발소, 지금은 보기 힘든 출판소, 책방, 다방, 목욕탕, 인쇄소 등이 그대로 존재한다. 양복 제작, 오래된 책을 판매하는 헌책방, 배달이 진행되는 친숙한 다방은 모두 다 옛 모습을 잊지 않고 머물러 있다. 실제로 커피맛도 옛날 먹던 다방 커피 맛을 그대로 갖고 있다. 달짝지근한 커피를 리필한 후, 한숨 돌릴 수 있었던 것도 다 북적북적하지 않은, 사람 냄새나는 예천의 아름다움 덕이다.

가끔 너무 빠르게 발전하고, 허물어지고, 새로 지어지는 것을 보며 허망함을 느낀다. 잘 알고 있다는 몇 안되는 장소에 대형 체인점이 들어선다면 더 더욱. 가끔씩 느리게 움직이는 도시 속에서 살고 싶어진다. 모든 걸 버리고 싶지만, 훌쩍 떠나고 싶은 이들이 늘어나면서 정신 가출 증후근 역시 생겼다. 도시마다 다르겠지만, 어딜가나 존재하는 식당과 카페에서 가끔씩은 벗어나고 싶다. 슬로우 라이프를 추구할 수 없는 곳에서 슬로우 라이프를 꿈꾼다.

한결 같음이 무엇인지 상기시켜준 예천, 영화 촬영지로도 손색없을 풍경들이 펼쳐져 있다. 청렴한 풍경 앞에 마음에 든 짐을 덜어내고, 사진을 찍는다.

모든 게 다 그대로일 수 있는 곳, 모든 게 다 그대로여도 괜찮은 곳. 머리를 식히려 떠난 여행길에서 번아웃 증후근에 허덕이던 나를 잠시 내려놓고, 직장인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하루를 보낸다.